[소부장반차장] 오픈AI의 칩 독립, HBM 본딩 경쟁, TSMC 초호황…AI 하드웨어 주도권 흔들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반차장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반차장이 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반차장보고서>에서는 이번 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주요 뉴스들을 간결하게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핵심 이슈 함께 살펴보시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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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로고와 샘 올트먼 CEO [ⓒ AFP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습니다. 오픈AI가 '탈 엔비디아'를 공식화하며 직접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에 나섰고, HBM4 패키징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딩'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여기에 TSMC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첨단공정 수익화를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질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먼저, 오픈AI의 독립 선언이 가장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오픈AI는 브로드컴과 손잡고 2026년부터 자체 AI 가속기를 양산할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직접 공급받기로 하며, GPU 제조사 엔비디아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메모리→GPU→AI 서비스로 이어지던 구조가 메모리→AI 서비스로 단축된 첫 사례로, AI 서비스 기업이 하드웨어 주도권을 직접 쥔 전환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AI 기업과 직접 연결된 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공동 설계(Co-design) 협업을 통해 단순 납품을 넘어 시스템 설계 참여로 역할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맞춤형 주문이 늘어나면서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오픈AI·브로드컴·Arm 등 고객사가 반도체 사양을 주도할 경우 메모리 업체의 기술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적됩니다. AI 시장의 문이 넓어지지만, '주문형 하청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와 맞물려 HBM4 패키징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하기 위해 자회사 세메스와 협력 중이며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열압착(TC) 방식 대신 금속·절연체 계면을 직접 접합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은 접합 피치를 10㎛ 이하로 줄이고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안정성을 우선시해 HBM4까지는 기존 MR-MUF 공정을 유지하고 HBM4E부터 본격 도입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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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연합뉴스]


결국 삼성은 속도를, 하이닉스는 안정성을 택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HBM 적층이 16단 이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필수 기술로 떠올랐습니다. 기술 완성도와 수율 안정화 여부에 따라 HBM4 시장 주도권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조기 안정화에 성공할 경우 HBM 주도권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편, TSMC는 3분기 순이익 21조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3·5나노 첨단공정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섰고, 영업이익률 50%를 유지했습니다. 3분기 매출은 46조원, 순이익은 전년보다 39% 증가했습니다. AI 서버용 GPU·가속기 수요가 TSMC의 첨단 노드를 장악했고, 4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실적은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AI 생태계 주도권이 TSMC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오픈AI가 엔비디아를 벗어나려는 시도, 삼성·하이닉스의 메모리 경쟁, 인텔의 18A 공정 복귀까지 맞물리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기술·고객·공급망의 삼중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칩 시장이 GPU 중심 구조에서 수직통합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메모리, 패키징, 파운드리 모두 AI를 중심으로 기술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삼성전자가 하이브리드 본딩 안정화에 성공하고, SK하이닉스가 오픈AI 공급망에 깊게 진입한다면, 한국 반도체의 존재감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주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AI 생태계의 주도권이 엔비디아에서 오픈AI로, GPU에서 시스템 통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HBM, 패키징, 첨단공정 모두가 다시 교차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는 기회와 리스크가 동시에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