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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 주차된 차량 짐칸에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외국인도 많은데, 너무 부끄러워요”

담배꽁초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 각종 페트병에 먹다 남긴 음식까지. 길거리는 물론, 주차된 차량의 짐칸까지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서울의 대표 번화가 ‘홍대입구역’. 이미 서울 여행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골목 풍경은 그리 자랑스럽지 않다.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한 골목에 버려진 담배꽁초. 김광우 기자.


이에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소중한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포기하고,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챙겨 거리 청소에 나선 것.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홍대입구역 부근을 청소한 이들만 총 500여명. 담배꽁초를 포함해 수거한 쓰레기만 총 160kg에 달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진행된 ‘해피쓰담데이’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환경재단 제공]


지난달 31일 할로윈데이의 금요일 오후 5시. 흔히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고 불리는 홍대입구역 3번 출구 부근에는 본격적으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껏 꾸민 사람들 사이로 커다란 집게를 든 채 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람들이 포착됐다.

이들의 정체는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진행된 ‘해피쓰담데이’ 캠페인 참여자들. 환경재단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시민들을 대상으로 ‘플로깅’ 활동을 하고 각종 보상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쓰담서울 시즌5-해피쓰담데이’를 진행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진행된 ‘해피쓰담데이’ 캠페인에 참여한 김대교 씨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 김광우 기자.


비교적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홍대입구역 부근 한 공간에 마련된 해피쓰담데이 부스는 플로깅에 참여하기 위한 이들로 붐볐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려온 부부에서부터 대학생, 주변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시민들은 차례대로 장갑과 집게, 쓰레기봉투를 수령해 길을 나섰다. 주어진 과제는 쓰레기를 줍는 것. 특별히 규정된 쓰레기 무게나 개수 등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봉투를 가득 채운 채 이벤트 부스로 복귀했다. 눈을 조금만 돌려도,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진행된 ‘해피쓰담데이’ 캠페인에 참여한 김대교(오른쪽) 씨와 조형준 씨가 쓰레기를 주우며 거리를 걷고 있다. 김광우 기자.


팀을 이뤄 플로깅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역 봉사단체에서 인연을 쌓았다는 20대 직장인 김대교, 조형준 씨는 익숙한 듯 역할을 나눠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조 씨에 금요일 저녁에 쓰레기 줍기에 나선 이유를 묻자 “친구도 만나고, 좋은 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라고 담담히 대답했다.

하지만 이들의 쓰레기 줍기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발을 디디는 곳마다 쓰레기가 가득했기 때문. 실제 출발지에서 200m도 가지 못했지만, 쓰레기봉투는 절반이 채워졌다.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 ‘해피쓰담데이’ 이벤트에 참여한 시민이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김광우 기자.


특히 줍기도 까다로운 담배꽁초가 길거리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버젓이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도, 바닥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약 1시간이 넘게 쓰레기를 주운 결과, 2개의 쓰레기봉투가 가득 찼다. 하지만 거리에 눈에 띄는 변화는 불러올 수는 없었다. 금요일 저녁을 맞은 인파가 계속해서 유입됐기 때문. 처음 쓰레기를 주운 공간에도 또다시 담배꽁초가 버려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 ‘해피쓰담데이’ 이벤트에서 제공한 비건 디저트. 김광우 기자.


하지만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김대교 씨는 “거리에 다시 쓰레기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누군가가 쓰레기를 줍고 있는 모습을 많은 이들이 보고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라며 “작은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파를 헤치고 쓰레기를 주운 보상은 적지 않았다. 돌아온 해피쓰담데이 부스에 쓰레기를 반납하자, 각종 이벤트 참여권을 제공했다. 우선 참가자 모두에게 럭키드로우 참여권이 제공됐다. 상품은 전자제품부터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와 협업한 스티커 등 다양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진행된 ‘해피쓰담데이’ 캠페인에 참여한 김대교(오른쪽) 씨와 조형준 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비건 디저트 및 음료 교환권도 제공됐다. 참가자들은 다회용기에 음식물을 제공받아, 비건 음식을 즐겼다. 이 밖에도 무료로 타로 상담을 받을 기회가 제공됐다. 스티커 사진을 찍거나 타투 스티커를 붙이는 등 기후변화와 재활용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이날 두 아들과 함께 참여한 한 시민은 “아이들을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참여했는데 플로깅뿐 아니라, 퍼즐과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체험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너무 알찼다”며 “럭키드로우 선물도 받고 비건 디저트를 야외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서 캠핑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 ‘해피쓰담데이’ 이벤트에 참여한 시민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환경재단 제공]


환경재단 관계자는 “쓰레기 문제를 비롯한 환경 이슈가 시민들에게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도심 속 환경 개선과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재단은 한국필립모리스와 함께 ‘쓰담서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이 깨끗해지면 바다도 깨끗해진다는 슬로건 아래, 2021년부터 함께 추진해 온 도심 환경 개선 캠페인이다. 올해는 빗물받이를 정화하고 아트워크를 통해 쓰레기 투기 방지를 유도하는‘쓰담필터’ 활동을 전국 단위로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