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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올해의 단어에 ‘뇌썩음’ 선정… 짧고 자극적인 숏폼 중독 가리켜
국내 뇌연구원-정신과 전문가 자문… 10∼40대 26명 한 달간 뇌파 측정
숏폼 줄이자마자 신경 활성도 향상… “단 4주로도 뇌, 부분적 회복 보여”
	
		
	
8월 26일부터 진행된 ‘숏폼 4주간 끊기 챌린지’의 참가자가 비침습형 뇌파 측정 장치로 챌린지 전후 뇌파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출처 과학동아 “내 뇌가 썩은 것 같아요!”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브레인롯(Brain Rot)’은 소셜미디어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에 대한 자조와 우려가 담긴 유행어다. 동아사이언스가 발간하는 과학매거진 ‘과학동아’는 소셜미디어를 끝없이 스크롤하는 우리의 뇌가 실제로 정말 ‘썩고’ 있는 것인지 직접 확인해봤다.
김주현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선임연구원과 조철현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4주간 짧은 동영상을 뜻하는 ‘숏폼’ 콘텐츠 소비를 줄이는 ‘숏폼 4주간 끊기 챌린지’를 진행하고 뇌의 변화를 분석했다. 글로벌 전문가 취재도 곁들였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는 우리 뇌를 과부하 상태로 만들어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브레인롯은 뇌에 과부하 걸린 현상”
9월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연구소에서 만난 샘슨 니빈스 신경과학부 연구원은 브레인롯이라는 대중적 용어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6월 소셜미디어가 9∼11세 아동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니빈스 연구원은 “‘작업기억’과 ‘주의’에 기울일 수 있는 뇌 용량이 제한돼 있다”며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말했다. ‘작업기억’은 짧은 시간 정보를 붙잡아 다루는 능력, ‘주의’는 들어온 정보 중 일부를 선별해 깊게 처리하는 과정이다. 소셜미디어의 지속적 소비는 이 두 체계를 과부하 상태로 몰아 인지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부른다는 설명이다.
● 숏폼 소비 줄이니 뇌 신경활성도 향상
짧고 자극적인 정보 소비를 줄였을 때 뇌의 과부하가 실제로 감소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김주현 연구원과 조철현 교수의 자문을 받아 1주일에 13시간 이상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10∼40대 참가자 26명과 함께 8월 26일부터 4주간 숏폼 콘텐츠 소비를 줄이는 ‘숏폼 4주간 끊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소셜미디어 서비스 가운데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X(구 트위터), 틱톡을 대상으로 챌린지가 진행됐다. 과도한 숏폼 소비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뇌파 측정 전문 기업 ‘아이메디신’에서 챌린지 시작 전후 참가자들의 뇌파를 측정했다. 뇌파 측정에는 비침습형 뇌파 측정 장치 ‘아이싱크웨이브(iSyncWave)’를 사용했다.
먼저 브레인롯을 호소하는 이들의 뇌가 숏폼 콘텐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다.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참가자들에게 10분간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게 하고 시청 전후 눈을 감고 휴식할 때 뇌파를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 이후 TAR 지표가 낮아졌다. TAR 지표는 뇌파 중 세타파의 활성도를 알파파의 활성도로 나눈 값으로 TAR 지표가 낮을수록 뇌가 각성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뇌파 측정 결과를 분석한 아이메디신의 김준엽 연구원은 “TAR 지표의 감소세는 브레인롯을 겪는 이들의 뇌가 숏폼 콘텐츠 시청 이후 눈을 감고 쉬어도 휴식도 각성도 아닌 비효율적인 중간 상태에 처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참가자 26명은 4주 동안 주당 숏폼 콘텐츠 이용시간을 많게는 58시간 32분, 적게는 3시간 17분 줄였다. ’4주 챌린지’ 돌입 직전 숏폼 콘텐츠를 10분간 시청한 뒤 뇌파와 4주 챌린지 막바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 뇌파를 비교한 결과 숏폼 콘텐츠 소비를 줄인 뇌에서 전체적인 신경 활성도가 향상되는 변화가 관찰됐다. 김 연구원은 “델타파부터 감마파까지, 모든 뇌파 대역의 신경 활성도가 증가했다”며 “숏폼 콘텐츠 시청으로 제한됐던 뇌의 다양한 리듬 생성 능력이 회복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챌린지 설계 자문과 결과 분석을 맡은 김주현 연구원과 조철현 교수는 숏폼 소비를 줄인 후 뇌파에서 부분적 회복 징후가 나타난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아니었지만 숏폼 소비로 인한 뇌의 변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4주간의 숏폼 시청을 줄인 이후 뇌 활성도 변화가 확인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 더 정교한 실험 필요
	
		
	
8월 24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만난 에이미 오벤 MRC 인지 및 뇌과학연구소 교수(왼쪽)는 소셜미디어 연구가 맥락과 상황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과학동아물론 소셜미디어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실험이 필요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칼리지에서 8월에 만난 에이미 오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인지 및 뇌과학연구소 교수는 “영국 정부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아동 및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을 규명하고 있다. 오벤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천 알고리즘 등이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플랫폼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런 설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구체적인 맥락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올해의 단어에 ‘뇌썩음’ 선정… 짧고 자극적인 숏폼 중독 가리켜
국내 뇌연구원-정신과 전문가 자문… 10∼40대 26명 한 달간 뇌파 측정
숏폼 줄이자마자 신경 활성도 향상… “단 4주로도 뇌, 부분적 회복 보여”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브레인롯(Brain Rot)’은 소셜미디어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에 대한 자조와 우려가 담긴 유행어다. 동아사이언스가 발간하는 과학매거진 ‘과학동아’는 소셜미디어를 끝없이 스크롤하는 우리의 뇌가 실제로 정말 ‘썩고’ 있는 것인지 직접 확인해봤다.
김주현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선임연구원과 조철현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4주간 짧은 동영상을 뜻하는 ‘숏폼’ 콘텐츠 소비를 줄이는 ‘숏폼 4주간 끊기 챌린지’를 진행하고 뇌의 변화를 분석했다. 글로벌 전문가 취재도 곁들였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는 우리 뇌를 과부하 상태로 만들어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브레인롯은 뇌에 과부하 걸린 현상”
9월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연구소에서 만난 샘슨 니빈스 신경과학부 연구원은 브레인롯이라는 대중적 용어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6월 소셜미디어가 9∼11세 아동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니빈스 연구원은 “‘작업기억’과 ‘주의’에 기울일 수 있는 뇌 용량이 제한돼 있다”며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말했다. ‘작업기억’은 짧은 시간 정보를 붙잡아 다루는 능력, ‘주의’는 들어온 정보 중 일부를 선별해 깊게 처리하는 과정이다. 소셜미디어의 지속적 소비는 이 두 체계를 과부하 상태로 몰아 인지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부른다는 설명이다.
● 숏폼 소비 줄이니 뇌 신경활성도 향상
짧고 자극적인 정보 소비를 줄였을 때 뇌의 과부하가 실제로 감소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김주현 연구원과 조철현 교수의 자문을 받아 1주일에 13시간 이상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10∼40대 참가자 26명과 함께 8월 26일부터 4주간 숏폼 콘텐츠 소비를 줄이는 ‘숏폼 4주간 끊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소셜미디어 서비스 가운데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X(구 트위터), 틱톡을 대상으로 챌린지가 진행됐다. 과도한 숏폼 소비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뇌파 측정 전문 기업 ‘아이메디신’에서 챌린지 시작 전후 참가자들의 뇌파를 측정했다. 뇌파 측정에는 비침습형 뇌파 측정 장치 ‘아이싱크웨이브(iSyncWave)’를 사용했다.
먼저 브레인롯을 호소하는 이들의 뇌가 숏폼 콘텐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다.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참가자들에게 10분간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게 하고 시청 전후 눈을 감고 휴식할 때 뇌파를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 이후 TAR 지표가 낮아졌다. TAR 지표는 뇌파 중 세타파의 활성도를 알파파의 활성도로 나눈 값으로 TAR 지표가 낮을수록 뇌가 각성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뇌파 측정 결과를 분석한 아이메디신의 김준엽 연구원은 “TAR 지표의 감소세는 브레인롯을 겪는 이들의 뇌가 숏폼 콘텐츠 시청 이후 눈을 감고 쉬어도 휴식도 각성도 아닌 비효율적인 중간 상태에 처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참가자 26명은 4주 동안 주당 숏폼 콘텐츠 이용시간을 많게는 58시간 32분, 적게는 3시간 17분 줄였다. ’4주 챌린지’ 돌입 직전 숏폼 콘텐츠를 10분간 시청한 뒤 뇌파와 4주 챌린지 막바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 뇌파를 비교한 결과 숏폼 콘텐츠 소비를 줄인 뇌에서 전체적인 신경 활성도가 향상되는 변화가 관찰됐다. 김 연구원은 “델타파부터 감마파까지, 모든 뇌파 대역의 신경 활성도가 증가했다”며 “숏폼 콘텐츠 시청으로 제한됐던 뇌의 다양한 리듬 생성 능력이 회복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챌린지 설계 자문과 결과 분석을 맡은 김주현 연구원과 조철현 교수는 숏폼 소비를 줄인 후 뇌파에서 부분적 회복 징후가 나타난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아니었지만 숏폼 소비로 인한 뇌의 변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4주간의 숏폼 시청을 줄인 이후 뇌 활성도 변화가 확인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 더 정교한 실험 필요
그는 현재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아동 및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을 규명하고 있다. 오벤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천 알고리즘 등이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플랫폼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런 설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구체적인 맥락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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