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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교통당국 조사받는 '매드맥스 모드'
정지신호 무시·중앙선 침범 유도 도마에
“센서 없이 카메라만으로 한계” 우려도
	
		
	
지난달 15일 미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 남부 외곽 도시 길로이의 테슬라 매장에 모델3 차량이 주차돼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이라 불리는 테슬라의 주행보조 시스템 안전성이 최근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테슬라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FSD의 새로운 버전인 14.1을 출시했는데, 이 기능을 적용한 차량이 정지신호를 무시하거나 중앙선을 넘도록 유도한다는 운전자의 신고가 잇따른 탓이다.
고속도로 등에서 사용하는 '오토파일럿'과 달리 FSD는 일반 도심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출시 초기부터 안전성 우려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미국에서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자는 FSD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3 차량을 2주간 시승하며 편리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해 봤다.
	
		
	
테슬라 애플리케이션에서 차량 호출 버튼을 꾹 누르자 운전석이 빈 차가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스스로 운전해 기자 앞으로 이동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속도 프로필에선 운전자가 선호하는 주행 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 기본값인 '일반 모드(Standard)'에서 '느긋한 모드(Chill)'나 '서두르기 모드(Hurry)'로 바꾸면 주행 가능한 최대 속도가 달라진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지난달 15일 미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 남부 외곽 도시 길로이의 테슬라 매장에서 처음 모델3에 탑승했다. 그러나 곧장 자율주행 기능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초기 학습 과정(Calibration)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로봇청소기가 집 안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며 구조를 익히듯, 주변 환경을 학습하고 운전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주행한 지 5분가량 지나자 '이제 FSD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운전대 오른쪽 엄지손가락 위치에 있는 '스크롤 휠'을 누르자 레벨2 자율주행이 시작됐다. FSD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캘리포니아주 도로규정을 잘 지키는 듯 보였다. 스쿨버스만 주행해야 하는 바깥 차선은 침범하지 않고, 정지(STOP) 표지판에선 완전히 멈춘 후 양쪽 카메라로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출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서 남서쪽으로 내달려 산타크루즈를 오가는 왕복 70마일(약 102㎞) 구간에서 FSD 기능을 시험해 봤다. 강원도 대관령길을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한 경로였다. 차가 대신 운전을 해준다지만 운전자가 딴짓을 할 수는 없다. 잠시 고개를 돌려 경치를 감상하려 치면 불과 10초 이내로 태블릿에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깜빡이는 푸른색 경고창이 뜨며 알림음이 흘러나왔다.
	
		
	
테슬라 매장 직원 앤서니는 지난달 15일 조수석에 앉아 운전자가 정면을 응시하지 않으면 경고알람이 뜬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특히 잠시라도 휴대폰을 잡으면 '오토파일럿을 안전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경고창과 함께 귀를 찌르는 알람이 울리며 FSD 모드가 해제됐다. "즉시 운전대를 잡으라"는 문구가 태블릿에 뜨며 당일엔 더 이상 FSD 기능을 쓸 수 없게 됐다. 조수석에 앉은 테슬라 매장 직원 앤서니는 "이 경고를 5회 받으면 해당 차량에서 FSD를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속도 프로필'은 설정마다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느긋한 모드에선 가장 바깥쪽 차선을 타고 천천히 주행해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았고, 서두르기 모드는 옆차선이 비어있을 경우 거침없이 끼어들고 뻥 뚫린 도로에선 규정 속도보다 약 15~20마일가량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주변에 차량이 많지 않은 경우 FSD는 유용했다. 차량이 알아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아주니 정체로 인한 피로를 덜 수 있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알아서 운전자를 향해 오는 것도 매우 편리했다.
그러나 빛이 적은 실내 주차장이나 밤에 캄캄한 산길을 운전할 땐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주차장 안에선 차량이 출구를 못 찾아 실내를 빙글빙글 돌았고, 산길에선 막다른 길에 있는 나무들 틈 사이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날씨도 변수다. 찬이슬이 내린 지난달 27일 이른 아침 차량에 탑승하자 FSD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알림이 떴다. 이슬이 증발하며 카메라에 얼룩을 남겼기 때문이다. 차량을 몰고 몇 분쯤 나가다가 'FSD 불가'라는 안내를 확인한 뒤 차량을 세워 카메라를 꼼꼼히 닦고 출발해야 했다.
타사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 전파나 초음파, 레이저 등 시각 정보 이외에도 주변 상황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장착하는 게 보통이지만 테슬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카메라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어 매우 캄캄한 곳에서나 궂은 날씨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찬이슬이 내린 지난달 27일 이른 아침 차량에 탑승하자 FSD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알림이 떴다. 얼어붙은 이슬이 카메라를 가렸기 때문. 태블릿에는 카메라를 닦으라는 알림이 떴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테슬라를 오래 몬 운전자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린다. 수년 전 1만2,000달러(약 1,714만 원)를 주고 FSD를 구매했다는 A씨는 한국일보에 "FSD가 내 목숨을 여러 번 구했기 때문에 제값을 하고도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로로 피곤해 깜빡 졸았을 때 FSD가 경고음을 울리며 잠을 깨워줬고 갑자기 차량이 끼어들 때도 안전하게 피해갔다"며 이 기능을 예찬했다.
반면 '산길을 가는데 낭떠러지로 향했다'는 친구의 사연을 듣고 FSD를 구독하지 않는다는 B씨는 본보에 "오로지 카메라 몇 개에 목숨을 맡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B씨는 "주행 중에 카메라에 먼지가 묻거나 빗방울이 맺히면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치명적인 한계"라며 "운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사람보다 잘 대처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테슬라 오토파일럿·FSD와 관련한 교통사고는 총 467건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사망사고 13건이 포함됐다. FSD 출시 전인 2018년 발생한 애플 개발자 월터 황의 사망 사고는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 논란을 공론화했다. 2022년 11월에는 샌프란시스코 베이브리지에서 FSD로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8중 추돌을 유발했다.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자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은 올해 7월 테슬라가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써 소비자를 혼동시켰다며 오클랜드 행정법원에 테슬라의 판매·제조 면허를 30일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스콧 모우라 UC버클리 교수는 미국 ABC7방송에 "캘리포니아 법에 따르면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는 레벨3~5에 해당하는 기술을 지칭하는데,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이 아닌 레벨2에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붙인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서두르기 모드'로 설정하고 귀가하는 길 차량이 앞에 보이는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달렸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최근엔 FSD에 도입된 새 기능 '매드 맥스' 모드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 모드로 주행하는 테슬라 차량이 규정된 제한 속도를 위반해 과속하거나 정지 신호를 무시하는 사례가 보고돼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영화 이름에서 따온 매드 맥스 모드는 서두르기 모드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주행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매드 맥스 모드만이 아니었다. 기자가 '서두르기 모드'로 설정하고 운전하던 중 차량이 적색 신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내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만약 옆에서 녹색 신호를 받고 나오는 다른 차량이 있었다면 자칫 큰 추돌 사고가 날 뻔했다. FSD가 언제든지 위험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교통 법규 위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경험을 하고 나니 경각심이 들었다. 캘리포니아에선 적색 신호 위반 시 최대 500달러(약 71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탓에 며칠간 마음을 졸이며 우편함을 확인해야 했다.
	
		
	
엑스(X)에는 매드맥스 모드 설정 후 제한 속도보다 25㎞를 초과했다는 등의 사용자들의 후기가 올라와있다. X 캡처
비슷한 사례는 엑스(X)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매드 맥스 모드가 규정속도보다 25㎞를 초과했다'며 "위험하고 결함 있는 소프트웨어가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도 "규정속도 시속 65마일인 공사구간에서 (FSD가) 85마일까지 속도를 높였다'며 불만을 떠뜨렸다.
자동차·항공모함·로켓 등에 자율주행 기술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에서 기술책임자로 일하는 샤히르는 지난달 23일 한국일보와 만나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하는 고객사들은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 여러 센서를 조합해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며 "테슬라는 대부분의 운전 상황에서는 안전하지만 까다롭고 복잡한 운전 상황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호등 무시 등의 결함에 대해서는 "신호등을 인식하는 데에는 색상을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센서이기 때문에 센서가 아닌 알고리즘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여러 사례가 축적되며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FSD를 쓸 수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9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지만 국내 자율주행 관련 법규에 막혀 정작 레벨2의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에선 국가안보 및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지도·영상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FSD 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테슬라 FSD는 차량이 주행 중 수집한 데이터를 본사 서버에서 학습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美 교통당국 조사받는 '매드맥스 모드'
정지신호 무시·중앙선 침범 유도 도마에
“센서 없이 카메라만으로 한계” 우려도
편집자주
내로라하는 기술 대기업이 태동한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지만 거주민 중 흑인 비율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화려한 이름에 가려진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얼굴을 '찐밸리 이야기'에서 만나 보세요.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이라 불리는 테슬라의 주행보조 시스템 안전성이 최근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테슬라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FSD의 새로운 버전인 14.1을 출시했는데, 이 기능을 적용한 차량이 정지신호를 무시하거나 중앙선을 넘도록 유도한다는 운전자의 신고가 잇따른 탓이다.
고속도로 등에서 사용하는 '오토파일럿'과 달리 FSD는 일반 도심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출시 초기부터 안전성 우려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미국에서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자는 FSD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3 차량을 2주간 시승하며 편리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해 봤다.
도로규정 척척, 사각지대 카메라로 확인
지난달 15일 미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 남부 외곽 도시 길로이의 테슬라 매장에서 처음 모델3에 탑승했다. 그러나 곧장 자율주행 기능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초기 학습 과정(Calibration)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로봇청소기가 집 안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며 구조를 익히듯, 주변 환경을 학습하고 운전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주행한 지 5분가량 지나자 '이제 FSD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운전대 오른쪽 엄지손가락 위치에 있는 '스크롤 휠'을 누르자 레벨2 자율주행이 시작됐다. FSD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캘리포니아주 도로규정을 잘 지키는 듯 보였다. 스쿨버스만 주행해야 하는 바깥 차선은 침범하지 않고, 정지(STOP) 표지판에선 완전히 멈춘 후 양쪽 카메라로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출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서 남서쪽으로 내달려 산타크루즈를 오가는 왕복 70마일(약 102㎞) 구간에서 FSD 기능을 시험해 봤다. 강원도 대관령길을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한 경로였다. 차가 대신 운전을 해준다지만 운전자가 딴짓을 할 수는 없다. 잠시 고개를 돌려 경치를 감상하려 치면 불과 10초 이내로 태블릿에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깜빡이는 푸른색 경고창이 뜨며 알림음이 흘러나왔다.
정면 응시 안 하면 경고…5회 경고 후 FSD 사용 불가
특히 잠시라도 휴대폰을 잡으면 '오토파일럿을 안전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경고창과 함께 귀를 찌르는 알람이 울리며 FSD 모드가 해제됐다. "즉시 운전대를 잡으라"는 문구가 태블릿에 뜨며 당일엔 더 이상 FSD 기능을 쓸 수 없게 됐다. 조수석에 앉은 테슬라 매장 직원 앤서니는 "이 경고를 5회 받으면 해당 차량에서 FSD를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속도 프로필'은 설정마다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느긋한 모드에선 가장 바깥쪽 차선을 타고 천천히 주행해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았고, 서두르기 모드는 옆차선이 비어있을 경우 거침없이 끼어들고 뻥 뚫린 도로에선 규정 속도보다 약 15~20마일가량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주변에 차량이 많지 않은 경우 FSD는 유용했다. 차량이 알아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아주니 정체로 인한 피로를 덜 수 있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알아서 운전자를 향해 오는 것도 매우 편리했다.
그러나 빛이 적은 실내 주차장이나 밤에 캄캄한 산길을 운전할 땐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주차장 안에선 차량이 출구를 못 찾아 실내를 빙글빙글 돌았고, 산길에선 막다른 길에 있는 나무들 틈 사이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날씨도 변수다. 찬이슬이 내린 지난달 27일 이른 아침 차량에 탑승하자 FSD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알림이 떴다. 이슬이 증발하며 카메라에 얼룩을 남겼기 때문이다. 차량을 몰고 몇 분쯤 나가다가 'FSD 불가'라는 안내를 확인한 뒤 차량을 세워 카메라를 꼼꼼히 닦고 출발해야 했다.
타사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 전파나 초음파, 레이저 등 시각 정보 이외에도 주변 상황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장착하는 게 보통이지만 테슬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카메라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어 매우 캄캄한 곳에서나 궂은 날씨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내 목숨을 구했다’ vs ‘낭떠러지로 향했다’
테슬라를 오래 몬 운전자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린다. 수년 전 1만2,000달러(약 1,714만 원)를 주고 FSD를 구매했다는 A씨는 한국일보에 "FSD가 내 목숨을 여러 번 구했기 때문에 제값을 하고도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로로 피곤해 깜빡 졸았을 때 FSD가 경고음을 울리며 잠을 깨워줬고 갑자기 차량이 끼어들 때도 안전하게 피해갔다"며 이 기능을 예찬했다.
반면 '산길을 가는데 낭떠러지로 향했다'는 친구의 사연을 듣고 FSD를 구독하지 않는다는 B씨는 본보에 "오로지 카메라 몇 개에 목숨을 맡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B씨는 "주행 중에 카메라에 먼지가 묻거나 빗방울이 맺히면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치명적인 한계"라며 "운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사람보다 잘 대처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테슬라 오토파일럿·FSD와 관련한 교통사고는 총 467건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사망사고 13건이 포함됐다. FSD 출시 전인 2018년 발생한 애플 개발자 월터 황의 사망 사고는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 논란을 공론화했다. 2022년 11월에는 샌프란시스코 베이브리지에서 FSD로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8중 추돌을 유발했다.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자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은 올해 7월 테슬라가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써 소비자를 혼동시켰다며 오클랜드 행정법원에 테슬라의 판매·제조 면허를 30일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스콧 모우라 UC버클리 교수는 미국 ABC7방송에 "캘리포니아 법에 따르면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는 레벨3~5에 해당하는 기술을 지칭하는데,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이 아닌 레벨2에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붙인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서두르기 모드'에서도 적신호 무시·속도 위반
최근엔 FSD에 도입된 새 기능 '매드 맥스' 모드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 모드로 주행하는 테슬라 차량이 규정된 제한 속도를 위반해 과속하거나 정지 신호를 무시하는 사례가 보고돼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영화 이름에서 따온 매드 맥스 모드는 서두르기 모드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주행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매드 맥스 모드만이 아니었다. 기자가 '서두르기 모드'로 설정하고 운전하던 중 차량이 적색 신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내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만약 옆에서 녹색 신호를 받고 나오는 다른 차량이 있었다면 자칫 큰 추돌 사고가 날 뻔했다. FSD가 언제든지 위험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교통 법규 위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경험을 하고 나니 경각심이 들었다. 캘리포니아에선 적색 신호 위반 시 최대 500달러(약 71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탓에 며칠간 마음을 졸이며 우편함을 확인해야 했다.
비슷한 사례는 엑스(X)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매드 맥스 모드가 규정속도보다 25㎞를 초과했다'며 "위험하고 결함 있는 소프트웨어가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도 "규정속도 시속 65마일인 공사구간에서 (FSD가) 85마일까지 속도를 높였다'며 불만을 떠뜨렸다.
자동차·항공모함·로켓 등에 자율주행 기술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에서 기술책임자로 일하는 샤히르는 지난달 23일 한국일보와 만나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하는 고객사들은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 여러 센서를 조합해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며 "테슬라는 대부분의 운전 상황에서는 안전하지만 까다롭고 복잡한 운전 상황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호등 무시 등의 결함에 대해서는 "신호등을 인식하는 데에는 색상을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센서이기 때문에 센서가 아닌 알고리즘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언제쯤?
미국에선 여러 사례가 축적되며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FSD를 쓸 수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9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지만 국내 자율주행 관련 법규에 막혀 정작 레벨2의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에선 국가안보 및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지도·영상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FSD 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테슬라 FSD는 차량이 주행 중 수집한 데이터를 본사 서버에서 학습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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