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서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10명 중 4명은 서울로 ‘원정 진료’를 온 서울 외 지역 거주자로 나타났다. 병원과 인력이 서울에 편중된 데다, KTX 등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서 병원도 환자도 갈수록 서울로 몰리고 있다. 서울 원정진료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병원 치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병원 환자 ‘10명 중 4명’ 원정진료 환자
2일 건보공단이 공개한 의료 이용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사람은 1503만3620명으로 이 중 41.5%인 623만5000명은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였다. 서울 외 지역 거주 환자 비율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방 환자 비율 증가가 정체됐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는 2014년 36.3%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2022년 이후부터는 40%대를 웃돌고 있다.
타 지역에서 서울로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이 지난해 사용한 진료비는 10조8055억 원으로 서울 전체 진료비(30조7085억 원)의 3분의 1을 넘었다. 2014년 4조8576억 원이었던 진료비는 2022년 10조3584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서울 자치구 중 지방 환자의 진료비 지출이 많은 지역은 강남, 송파, 종로, 서대문, 서초구 순으로 5대 대형 병원이 위치한 곳이었다.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서울 외 지역 환자들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 있는 병의원을 이용하는 비율은 수도권이나 광역시일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경기를 제외한 광역시 중 대구가 91.4%로 가장 높았으며 부산 90.1% 대전 86.9% 광주 85.2% 등 순이었다. 세종은 55.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데다 세종에 대형병원이 부족한 탓도 있다. 전남 67.7%, 경북 65.0%도 거주지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낮았다.
●“상급 종합병원 역할 확실히 해야”
서울로 원정 진료를 오는 환자 비율이 줄지 않는 것은 의료자원이 서울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47개 중 14개가 서울에 있다. 9개는 수도권인 경기서북부권과 경기남부권에 있다. 강원권, 충북권 등 나머지 8개 권역이 상급종합병원 24개를 나누어 가지고 있는 형태다. 제주, 세종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곳이 없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서울 원정 진료’를 떠나고, 우수한 의료인이 서울로 몰리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병원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상평 제주한라병원 진료부원장은 “환자는 원하는 수준의 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서울로 원정 진료를 가고, 우수한 인력을 데려와도 환자가 없어 빠져나간다”며 “지역 병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중증 환자 치료라는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볼 수 있는 환자의 중증도를 제한하고 이용 가격을 올리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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