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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고말숙(본명 장인서)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결혼식 ‘축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소 키우는 데 아니냐”고 말해 문해력 논란이 인 장면. [유튜브 ‘꼰대희’ 캡처]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시발점’ ‘미친 영향’ 등을 욕과 연관 지어 생각합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 중)

청소년들의 어휘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발점’을 욕으로 이해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한 유튜버는 결혼식 ‘축사’에 대해 “소 키운데 아니냐”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같은 청소년들의 ‘인지 기능’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세계 각국에서 각종 범죄는 물론, 사회적 고립 등을 이유로 청소년 SNS 이용 제한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인지 기능 논란까지 더해진 모양새다.

미국의사협회지(JAMA)는 지난 14일 ‘청소년의 SNS 사용과 인지 영향’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지원 가톨릭대 의대 의료정보학교실 연구 조교수는 “청소년기 SNS 노출이 기억력과 어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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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고말숙(본명 장인서)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결혼식 ‘축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소 키우는 데 아니냐”고 말해 문해력 논란이 인 장면. [유튜브 ‘꼰대희’ 캡처]


해당 연구는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이 2년 후(2016~2018년 기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다. 9세에서 13세 사이의 총 6554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SNS 사용 증가 시간이 ‘낮은’ SNS 사용그룹(일평균 20분 이하 증가·57.6%), ‘점진적’ SNS 사용그룹(1시간 20분 이하 증가·36.6%), ‘높은’ SNS 사용그룹(3시간 이상·5.8%) 등으로 집단을 구분했다.

연구 결과, 첫 검사 시기로부터 2년 뒤 점진적 SNS 사용그룹과 높은 SNS 사용그룹은 20분 미만 SNS 사용그룹에 비해 구두 읽기 재인, 그림 순서 기억, 그림 어휘력, 그리고 종합 인지기능에서 통계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SNS는 문해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문해력이란 문자로 된 정보를 읽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한국교총(초·중·고 교사 1152명 대상)이 발표한 문해력 하락 원인(중복 응답)으로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서(73%)’가 압도적 1위였다. 한국교총은 문해력 하락의 대표적인 사례로 시발점을 욕으로 오인하거나 금일, 사흘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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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학생들. [연합]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SNS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 가입을 거부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가 아동의 지능, 인지, 정신건강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아동을 유해, 불법 콘텐츠와 사이버 불링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 각국도 마약 등 범죄, 사회적 고립, 불안 장애 등을 이유로 청소년 SNS 이용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는 오는 12월부터 세계 최초로 관련 법안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르웨이 SNS 이용 나이 상향(13→15살), 최근에는 덴마크에서 15세 미만 미성년자 SNS 사용 전면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