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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 11월 중력파 관측으로 발견한
블랙홀 병합 사건 2건 특징 분석해보니
"블랙홀끼리 합쳐지며 진화한다는 가설 근거"
블랙홀 쌍성이 합쳐지는 모습의 상상도. 스윈번공대 제공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과학 관측으로 꼽히는 '중력파 관측'을 통해 국제 연구팀이 블랙홀의 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포착했다. 연구팀은 최근 관측한 두 건의 '블랙홀 병합' 현상을 분석한 결과, 한 블랙홀이 인접한 다른 블랙홀을 삼키면서 무게와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2일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국제 라이고(미국)-비르고(유럽)-카그라(일본) 협력단이 지난해 10월과 11월 관측된 두 건의 블랙홀 병합 사례를 분석해 △블랙홀의 형성과 진화 △일반상대성이론 근본 원리를 검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지난달 28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연구자 10여 명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중력파 관측은 블랙홀 병합을 알아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허블 망원경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주망원경은 빛(전자기파)을 감지하는 장치인데, 두 블랙홀이 병합하는 과정에선 빛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블랙홀 병합 순간에 시공간의 뒤틀림과 함께 발생하는 중력파 탐지를 통해서만 블랙홀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관측되는 신호의 크기가 원자핵 크기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아주 약하지만, 빛으로 볼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어 '우주의 속삭임' 또는 '시공간의 지문'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확인된 두 블랙홀 병합 현상의 특징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블랙홀이 포함됐고 △주 블랙홀의 자전 방향과 쌍성의 공전 방향이 반대였다는 점이다. 두 현상은 발견 날짜를 따 GW241011, GW241110으로 명명됐다. GW241011은 약 7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20배와 6배에 달하는 두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발생했는데, 이 중 더 무거운 블랙홀은 지금까지 중력파로 확인된 블랙홀 가운데 가장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GW241110은 약 24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16배와 8배인 블랙홀 간 충돌로 일어났으며, 중력파 관측 사상 처음으로 주 블랙홀의 자전 방향이 쌍성의 공전 방향과 반대였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들이, 블랙홀이 다른 블랙홀을 삼키며 커지는 '계층적 병합'이 반복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김정리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블랙홀들이 병합을 겪으며 점차 무거워질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고, 강궁원 중앙대 물리학과 교수는 "블랙홀 두 개가 만들어지며 쌍성을 이룰 땐 자전과 공전 방향이 같지만, 이번 사건처럼 자전과 공전 방향이 다른 경우는 따로 만들어진 블랙홀이 충돌해 쌍성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