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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창작적 기여' 정도가 관건…단순 AI 산출물 저작권 등록은 법적 불이익

편집자 주 =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AI) 생성물이 창작과 산업생태계 전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의 개입은 저작권자, 실연자,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산업 성장의 공정이용 범위라는 해묵은 숙제를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AI 기술과 저작권의 충돌 지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해외 입법 동향과 AI 시대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미래 비전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1건씩 4건을 송고합니다.


AI 이미지 생성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스마트폰 앱에 텍스트 몇 줄만 입력하면 명화 같은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이른바 '생성형 인공지능(GAI)' 시대,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 창작자가 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AI 산출물'을 과연 내 작품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등록을 해도 될까.

1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이어야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므로 GAI가 기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 즉 GAI 산출물은 저작물의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저작권 등록이 불가능하다.

산출물에 저작권 등록을 시도하는 것은 마치 AI가 작곡한 음악을 자신이 작곡한 것처럼 속이는 행위와 같다.

이러한 행위는 '허위 등록'으로 간주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설령 등록이 완료되더라도 나중에 AI 산출물임이 밝혀지면 저작권위에서 직권으로 말소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I를 활용한 결과물이 모두 저작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얼마나 들어갔느냐다.

GAI를 활용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결과물은 'GAI 활용 저작물'로서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등록 효력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는 부분에 한정해 발생한다.

이미지 생성 AI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가령 GAI 산출물인 그림을 가져와 인간이 수정, 변경, 채색 등의 추가 작업을 해 창작성이 있는 새로운 표현을 부가한 그림과 GAI 산출물인 그림을 모아 만든 독특한 편집 사진집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프롬프트 입력과 함께 이미지의 특정 부분을 선택적으로 수정하거나 재생성하는 '인페인팅' 작업을 35회 이상 반복한 작품에 대해 등록을 허가한 사례도 있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 결과물의 창작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긴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행위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후반 작업이나 창의적인 선택 및 배열 등 인간의 통제가 얼마나 개입되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AI의 기계적 산출물이 아닌 인간의 창작적 독자적 표현이 부가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처럼 GAI를 활용한 저작물을 저작권 등록 신청할 때는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저작권 등록 신청 명세서의 '저작물 내용' 안에는 GAI 산출물 부분과 인간의 창작적 표현 부분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구분해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또 단순히 아이디어만 나열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해 최종 결과물에 표현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기술해야 한다.

생성과 창작 과정을 영상 등으로 기록해 두면 향후 분쟁 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저작권 등록과는 별개로 GAI가 생성한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띠는 경우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전경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용자가 '미야자키 하야오 스타일의 토토로를 그려줘'와 같은 특정 작가의 이름이나 캐릭터를 지시해 생성된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하게 나왔다면, 창작을 지시한 이용자가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저작권자와 협의 없이 특정 저작물을 집중적으로 GAI 모델에 학습시켜서 특정 저작물과 유사한 결과물이 생성되도록 한 경우 등에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한 기업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AI 생성물로 인한 저작권 분쟁에서는 이용자의 개입 정도, AI 모델의 설계 의도, 그리고 결과물의 유사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G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사용한 주체가 누구인지, 얼마나 창의적으로 개입했는지가 저작권 보호의 핵심"이라며 "단순한 AI 산출물을 자기 창작물인 것처럼 등록하는 행위는 법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