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10월02일 07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1세대 바이오벤처인 우정바이오(215380)가 매물로 나왔다. 지난 2021년 완공된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이하 ‘우신클’)가 예상보다 흥행하지 못했고, 유지관리에만 매월 억 단위 비용이 발생해 매각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우정바이오는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고 얼마 전부터 잠재적 원매자를 대상으로 경영진이 직접 미팅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천희정 대표이사의 지분과 천 대표의 자매인 천세정씨 지분까지 도합 429만7224주(25.78%)다. 우정바이오측은 지분 25.78%에 대한 매각가로 300억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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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클 덕에 우정바이오는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바이오벤처 중 ‘알짜’로 꼽히지만 원매자들도 우정바이오의 부채 때문에 쉽사리 인수를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정바이오의 부채는 655억원이다. 지난해 말 208.7%이던 우정바이오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247.6%로 늘어나면서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실적도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반기 기준 매출은 15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20억원) 대비 30% 감소했고,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우정바이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연간 우신클 관련 고정비용만 20억원에 달하고 우신클 건립 비용 대부분이 은행 대출인 까닭에 매달 이자비용 내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출 반등 모멘텀도 찾기 힘들고, 전환사채(CB) 발행도 어려워 우정바이오는 매각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HLB(028300)그룹이 인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HLB그룹은 HLB바이오스텝(278650)과 지난해 인수한 크로엔(현 HLB바이오코드) 등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확보하고 있어 관련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 논의도 HLB바이오스텝이 주축이 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LB바이오스텝은 예비 비임상시험(Non-GLP) 유효성 평가가 메인인 회사고, HLB바이오코드는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독성 평가가 중심인 반면, 우정바이오는 비임상CRO(임상시험수탁) 사업보다는 실험동물 판매, 실험실 구축 등에서 주로 매출이 난다. 세 회사의 주력 부문이 조금씩 다르므로 중복되는 영역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며 “우신클이 완공되면서 우정바이오가 보유한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곳들이 많은 가운데 HLB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다만 매각가에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바이오측에서는 300억원 안팎의 매각가를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의 밸류를 12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300억원에 미치지 못함을 감안하면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정바이오가 매각가를 낮출 의지가 없다면 HLB와의 매각 논의는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우정바이오는 1989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로, 실험동물실이나 병원 내 공간 멸균 서비스 등의 설비 및 건설(E&C) 사업에서 전체 매출(432억원)의 82%인 353억원을 내고 있다(2024년 기준). 이밖에 비임상CRO 사업, 우신클을 활용한 랩 클라우드(개방형 실험실) 임대 사업에서 나머지 20%의 매출이 나온다.
우신클은 국내 최초 민간주도 신약개발 클러스터로, 대지 6237㎡, 연면적 2만3194㎡, 지상 15층, 지하 6층에 이르는 신축 건물에 조성한 바이오헬스 기업을 위한 입주시설이다. 창업주인 고(故) 천병년 회장이 경기 화성 동탄테크노밸리에 신약 클러스터 설립을 추진, 약 400억원을 투자해 2021년 완공됐다. 한 건물에 팁스(TIPS), 실험동물센터, 공유 연구실이 모두 있고 이탈리아의 테크니플라스트(TECNIPLAST)에서 들여온 고가 장비 등이 갖춰져 주목받았다.
하지만 우신클 완공시점과 바이오 투자 침체기가 겹치면서 5년차에 접어든 올해까지도 야심차게 추진한 우신클 관련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지난해 랩 클라우드·임대 사업으로 나오는 매출은 9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 상반기 매출도 5억원에 그쳤다. 전체적인 우신클 입주율은 최근까지도 50%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지원을 받는 저렴한 공공 바이오 클러스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간 주도 바이오 클러스터만의 장점을 시장에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임상CRO 업계 관계자는 “초기 입주 기업은 임대료를 대폭 할인해주는 식으로라도 입주사를 유치했어야 하는데 우정바이오는 처음부터 고가 정책을 이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동탄 지역 지식산업센터 임대료가 우신클의 절반 수준인데 우정바이오는 높은 가격만큼의 경쟁력을 어필하지 못했다”며 “지금 업계는 신약개발사로 투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CRO에 정산이 제때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인데, 바이오벤처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임상CRO 업계 관계자는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업계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화성시와도 긴밀히 협력했던 천병년 대표가 갑작스럽게 작고하면서 신약 클러스터 사업에도 힘이 빠졌다”고 풀이했다.
우정바이오의 시총은 30일 종가 기준 289억원이다. 지난해 8월 724억원까지 올랐던 시총은 1년 사이 60% 이상 하락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정바이오가 보유한 유형자산은 501억원 규모다.
한편 우정바이오 인수에 대한 이데일리의 질문에 HLB관계자는 “우정바이오 인수 계획이 없고 이를 검토 중이라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우정바이오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관련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당사는 대표이사 변경 이후 경영 안정화와 신사업 개발에 집중,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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