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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2회〉 치명적 노인 질환 미리 막자
동아일보-고려대 의료원 공동 기획… 생활습관 따라 신체나이 달라져
근육량 유지는 노화 예방의 핵심… 기초체력 갖춘 뒤 중강도 운동
덜 짜고 덜 달고 덜 기름지게 먹고, 전화로 안부만 나눠도 기분전환 돼
나이가 들면 몸속 장기가 하나둘 고장난다. 몸 구성비도 바뀐다. 뼈, 근육, 뇌세포는 줄어들고 지방은 많아진다. 쇠약해진 몸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무너진다. 65세 이후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치매 등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노화는 불가피하지만 속도는 늦출 수 있다. 우리 몸속 시계는 저마다 다른 속도로 흐른다. 관건은 생활습관이다. 건강한 식단, 충분한 운동과 수면, 적절한 사회적 교류를 실천하면 70세라도 60세의 몸을 가질 수 있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성 질환 대부분은 오랜 생활습관의 결과로 나타난다. 몸에 이로운 습관을 적금처럼 쌓으면 노년 건강에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 움직이지 않으면 노화 빨라져

근육은 단순히 근력의 원천만이 아니다. 체력 전반에 영향을 주는 노화 핵심 방어막이다. 뼈를 감싸 보호하고 몸을 지탱하는 것은 기본. 대사 기능에 관여해 혈당과 염증을 조절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60세 이후 매년 1∼2%씩 감소, 70세가 되면 최대 근육량의 40∼50%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운동해야 한다. 김양현 교수는 “근육량을 적절히 유지하지 않으면 당뇨 등 질환에 쉽게 걸리고 낙상이나 골절 위험도 커진다.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적절히 배합해 최소 근육량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근력 운동은 윗몸 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 스쾃, 덤벨과 밴드 운동 등으로 다양하다. 기초 체력을 고려해 1주일에 2∼3회, 30분 이상씩 하면 된다. 운동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서 관절을 풀어준다. 근육 크기가 큰 허벅지와 코어를 공략하면 근육량을 늘리기 쉽다. 유산소 운동은 걷기, 계단 오르기, 실내자전거 타기, 아쿠아로빅 등이 대표적이다. 운동시간은 하루 30∼50분, 1주일에 150∼180분이 적당하다. 요즘 유행하는 러닝도 괜찮다. 단, 전력 질주는 피하는 게 좋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고령층은 약한 강도로 운동하는 경향이 있다. 체력이 약하고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바른 생각은 아니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 강도는 기초체력에 따라 달리하되 숨찰 정도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 합성율이 떨어지고 운동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해져, 중강도로 해야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픈 곳이 있다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골다공증 환자는 무거운 걸 들어선 안 된다. 특히 폐경 이후 뼈가 약해진 여성은 뼈가 눌려서 찌그러지는 압박골절 위험이 높다. 무릎 관절이 약하면 걷거나 뛰는 건 피한다. 대신 상체 운동이나 수영, 물 속에서 걷기 등을 하는 게 좋다. 고혈압 환자는 근력운동을 해도 될까. 김도훈 교수는 “근력운동을 하는 동안엔 혈압이 올라가지만 운동 후엔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약물 복용 후 운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게 가장 나쁘다. 근육이 줄면 몸을 지탱하기 어려워 활동성이 떨어지고, 몸이 아파 덜 걸으면 근육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김양현 교수는 “종일 TV나 유튜브를 보면서 앉거나 누워 있는 건 흡연만큼 해롭다”며 ‘집에서 하는 건강체조 5가지’를 제안했다.

의자에 앉아서 다리 올렸다 내리기. 고려대의료원 제공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고려대의료원 제공
벽에 등 대고 스쾃. 고려대의료원 제공
벽 짚고 팔굽혀펴기. 고려대의료원 제공
다섯 손끝 마주치기나 박수치기. 고려대의료원 제공

● 매끼 질 좋은 단백질 챙겨야

한국인은 단백질은 권장량보다 덜 먹고 탄수화물은 더 먹는 편이다. 김양현 교수는 “노년기 식습관 원칙은 영양소별 권장량을 ‘골고루, 덜 짜고, 덜 달고, 덜 기름지게’ 먹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노년기에는 질 좋은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같은 양을 먹어도 근육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60세 이후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체중 1kg당 1∼1.2g이다. 체중 60kg이면 하루 60∼90g을 섭취하면 된다.

100g 기준 닭가슴살에 32g, 쇠고기에 25g, 두부에 8g이 들어 있다. 달걀 한 개의 단백질은 6g, 우유 한 컵은 8g이다. 필요량은 세 끼에 나눠 먹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침에 우유와 달걀, 점심에 닭가슴살, 저녁에 두부와 쇠고기를 먹으면 하루 70g을 채울 수 있다. 단백질 기본 식단표를 냉장고에 붙여두면 편하다.

동물성 단백질은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 김도훈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을 1 대 2 비율로 섭취하라고 주문했다. 동물성 단백질에는 고기, 생선, 달걀 등이 있고, 식물성 단백질에는 콩류, 씨앗, 견과류 등이 있다. 고기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구이보다는 삶거나 찌는 방식이 더 안전하다.

최근 탄수화물을 줄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탄수화물이 혈당을 빠르게 올려 고혈압과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김도훈 교수는 “탄수화물은 인슐린을 자극해 단백질이 근육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흰쌀 대신 현미 잡곡 통곡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 스파이크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지방은 하루 5∼8티스푼(약 25∼40g) 정도 먹는 게 좋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튀김, 가공육 등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올리브유, 견과류처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뼈 건강을 위한 칼슘은 우유, 멸치, 두부 등을 통해 보충한다. 김양현 교수는 “고령층 상당수가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데 칼슘 섭취는 부족한 상황이다. 칼슘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는 음식 또는 영양제로 꼭 챙겨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소와 과일은 매일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간식으로는 요거트, 우유, 과일, 단백질 음료 등을 추천한다. 단, 단백질 음료와 요거트는 칼로리와 당 함유량을 고려해 선택한다.

● 노년기 마음건강, ‘잠’과 ‘사람’ 중요

활동성이 떨어지는 노년엔 고립되기 쉽다. 배우자, 지인, 이웃과 사별한 뒤 홀로 남기도 한다.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면 외로움이 찾아든다. 외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 염증을 촉진해 심혈관계 질환, 암, 치매, 당뇨병 등을 유발한다.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로도 이어진다. ‘사회적 연결’이 중요하다. 김도훈 교수는 “고령층의 경우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사회적 교류는 정신건강의 가장 든든한 안전망”이라고 했다.

정해진 방법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즐거운 일을 하면 된다. 외출이 힘든 경우 전화로 안부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된다. 김양현 교수는 일주일에 2∼3회 이상 가까운 노인복지관 방문을 권했다. 합창, 그림, 춤, 요가, 피아노 등 흥미로운 취미생활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화투나 퍼즐 같은 게임도 좋다. 두뇌를 자극해 치매 예방 효과가 있고, 여럿이 대화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소일거리도 도움이 된다. 김도훈 교수는 “사회적 활동을 하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텃밭 가꾸기, 공공기관의 시니어 아르바이트, 아이 돌봄, 학교 교통 지도 같은 활동을 추천한다”고 했다.

충분한 수면은 노년 건강의 기초 체력이다. 전체 컨디션에 영향을 주고 인지장애와도 관련이 깊다. 7∼8시간을 ‘잘 자야’ 한다. 그러려면 규칙적인 수면 시간 유지, 낮 동안 햇빛 쬐기, 오후 낮잠 피하기,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 줄이기 등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낮 동안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김양현 교수는 “아침에 햇빛을 쪼이고 낮에 적절한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수면제나 수면보조제는 컨디션에 따라 복용해도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