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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임상연구 한 해 투자규모가 작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임상연구 강국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국내에 진출한 소속 회원사 33개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KRPIA 연구개발 및 투자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의 2024년 국내 임상연구 투자 규모가 2023년 대비 18.8% 증가한 약 1조369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본사의 국내 직접 투자를 제외한 한국 지사의 투자 규모다.
최근 5년간 R&D 투자비용은 연평균 14.8%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 중 임상 단계에서 사용되는 의약품 개발 관련 비용이 전체의 42.9%(약 4452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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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의 이러한 R&D 확대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임상연구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영역을 중심으로 연구가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주요 임상연구 대비 항암제 임상연구는 연평균 5.7%, 희귀질환 치료제 임상연구는 10.1% 증가했다.
2024년 기준으로는 항암제 임상연구가 974건(69.4%), 희귀질환 치료제 임상연구가 184건(13.1%)을 차지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희귀·중증질환 환자에게 혁신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개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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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수행된 임상연구는 총 1691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1.9%) 감소했으나 최근 5년간 연평균 3.1%의 증가세를 유지하며 꾸준한 성장 흐름을 보였다.
1~3상 임상연구 참여 환자 수는 2만2696명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으며, 이 외에도 418명의 환자가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통해 임상연구용 의약품을 투여받았다. 3상 임상연구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667건으로 단계별 임상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 고급 연구인력 양성과 고용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R&D 활동 종사 인력은 총 2470명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으며, 2019년 이후 5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R&D 인력 중 임상연구 인력이 52.6%를 차지해,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가 국내 고급 연구인력 양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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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은 임상연구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의 글로벌 임상연구 점유율은 2023년 4위에서 2024년 6위로 주저앉았다. 서울 역시 도시별 임상연구 점유율도 2024년 중국 베이징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연구 역량을 환자들의 혁신 신약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신기술이 적용된 임상시험으로 항암제 등 중증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경우, 안전성 요건과 승인 절차로 인해 한국의 임상 참여가 제한되는 경우가 잦다. 진행하더라도 실제 승인까지는 장기간 소요돼 글로벌 제약사, 의료진, 환자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분산형 임상연구(DCT)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팬데믹 이후 원격 모니터링과 전자동의(e-Consent)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분산형 임상연구(DCT)가 글로벌 제약업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상태라는 것이다.
KRPIA는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국내 R&D 투자 확대와 공동연구 활성화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며 “한국이 보유한 연구 인프라와 인재 역량을 기반으로, 환자들이 혁신 치료제에 보다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임상·R&D 허브로 도약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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