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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AI] 지포스 무대까지 ‘우정 행보’…31일 AI 협력 깜짝 발표 기대
젠슨 황 CEO, 정의선 회장, 이재용 회장이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독자제공]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 깐부치킨 간판 아래에서 세계 기술 산업의 거물 세 명이 마주 앉았다.

30일 저녁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치킨집에서 이뤄진 소위 '깐부회동'에는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함께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7시 30분경 시작됐다. 황 CEO는 검은 반팔 티셔츠 위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젠슨 황 CEO는 다음날 예정된 APEC 일정에서 한국 정부 및 주요 기업들과 어떤 발표를 하게 될지에 대한 질문에 "삼성과 엔비디아가 함께 준비한 것이 많다"며 "정말 훌륭한 파트너들이 여기 있고 대통령께서 먼저 말씀하시도록 양보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 우리는 좋은 소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깐부치킨이라는 장소에 대해서도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깐부'라는 이름의 의미를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치킨과 맥주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다. 깐부는 완벽한 장소"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논의에서 엔비디아 최신 AI칩인 '블랙웰' 관련 내용이 빠졌다는 질문에는 "그 문제는 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두 정상 간 좋은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매우 큰 논의들이 있고, 대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삼성과의 HBM 협력, 현대차와의 자율주행 협력 확대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방금 막 도착했다. 몇 시간 전에 착륙했고, 곧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흰색 티셔츠 위 재킷, 패딩조끼를 걸친 캐쥬얼한 복장으로 황 CEO를 맞이했다. 세 사람은 치킨과 맥주,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나누며 70분 동안 자리를 함께했다.

이재용 회장이 젠슨 황 CEO를 만나기 위해 한 치킨집에 가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식사 전 직접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일본 위스키 ‘하쿠슈 25년산’ 병 두 개에 자신의 서명을 적어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전했고,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Spark)’로 추정되는 상자 두 개를 들고 와 함께 건넸다. 장비 겉면에는 ‘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To Our Partnership and Future of the World)’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테이블에는 순살치킨, 치즈볼, 감자튀김이 놓였고, 맥주와 소주가 곁들여졌다. 이재용 회장이 “치맥은 오랜만”이라 말하자 정의선 회장은 “난 자주 먹는다”고 웃으며 받아쳤다. 황 CEO가 옆 테이블의 소맥 타워에 관심을 보이자 이 회장이 직접 제조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함께 러브샷을 즐기기도 했다.

황 CEO는 만찬 중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며 “한국에는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다. 이번 주에는 공유할 좋은 뉴스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차례 시민들에게 치킨과 치즈스틱, 감자튀김 등을 나눠주며 “정말 맛있다(So delicious)”고 외쳤다. 식당 내부에서는 골든벨이 울리면서 환호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재용 회장이 1차를, 정의선 회장이 2차를 내겠다고 하자 젠슨 황 CEO가 돈이 많은 친구들이니 걱정말라는 농담을 건내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이 회장은 회동과 관련해 "좋은날 아닌가요. 이제는 미국 관세도 타결되고, 살다보니까 행복이 뭐 이렇게 맛있는거 먹고 그러는 것 같다"고 미소짓기도 했다. 정 회장은 회동 중 “우리 둘이 치킨 먹는 건 처음인데, 황 CEO 덕분이다”라고 화답했다. 황 CEO는 “한국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길 수 있어서 완벽한 자리”라 추켜세우기도 했다. 젠슨 황 CEO는 가게 내부 치킨 포스터에 '어매이징 치멕(Amazing Chimek)'을, 이재용 회장은 "대박나세요!", 정의선 회장은 "최고입니다"라는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가 30일 서울 코엑스(COEX) K-POP 광장에서 ‘지포스(GeForce)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독자제공]


세 사람은 만찬을 마친 뒤 서울 코엑스 K-POP 광장으로 이동해 엔비디아가 개최한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나란히 등장했다. 황 CEO는 무대에서 “e스포츠는 한국이 만든 세계적 현상”이라며 “지포스와 PC방, e스포츠가 없었다면 오늘의 엔비디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포스 덕분에 AI를 발전시켜 CUDA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한국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25년 전 엔비디아는 삼성 반도체 DDR D램으로 지포스 256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협력과 우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젠슨 황이 “그때 넌 아이였잖아”라며 농담하자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의선 회장은 “제가 생긴 건 좀 들어보여도 두 분 다 제 형님”이라고 웃으며 “어릴 때 아케이드 게임을 즐겼고, 지금은 제 아이가 리그오브레전드를 좋아한다. 그 안에는 언제나 엔비디아 칩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앞으로 엔비디아 칩은 자동차와 로보틱스로 들어올 것이고, 현대차는 AI와 게이밍 경험을 차 안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황 CEO는 “좋은 기술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친구들이 필요하다”며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엔비디아는 오랜 깐부다”라고 답했다.

산업계는 이날의 ‘깐부 회동’을 기술적·상징적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GPU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SD를 공급하며 차세대 AI 컴퓨팅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오토모티브 플랫폼을 자율주행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도입 중이다.

한편, 황 CEO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세션에 참석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네이버 등과의 AI 협력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