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글라이드’ 내년 출시
시각 장애인이 손에 쥐고 이동
전방 장애물·횡단보도 등 식별
0003402832_001_20251019090107583.jpg?type=w860
전방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지팡이’ 글라이드를 시연자가 손에 쥐고 걷고 있다. 글라이던스 제공

인공지능(AI)과 카메라, 센서를 탑재해 시각 장애인에게 길잡이 기능을 제공하는 ‘똑똑한 지팡이’가 등장했다. 시각 장애인은 바퀴가 달린 이 지팡이를 한 손으로 잡고 따라가기만 하면 거리의 위험 요소를 피하면서 보행할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 글라이던스는 자사가 개발한 시각 장애인용 보행 보조 기기 ‘글라이드’를 내년 봄에 정식 출시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글라이드 겉모습과 덩치는 가정용 청소기와 비슷하다. 중량 3.5㎏짜리 본체 양쪽에는 지름 20㎝짜리 바퀴가 2개 달렸다. 본체에는 길이 1.1m짜리 막대기가 꽂혔다. 막대기 끝에는 사람이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손잡이가 장착됐다.

시각 장애인이 글라이드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슬쩍 밀면 보행 속도에 맞춰 바퀴가 구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본체 안 AI 기기와 카메라, 센서 등이 가동된다.

글라이드는 산책에 나선 시각 장애인 전방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이 물체가 시각 장애인과 충돌하지는 않을지를 수시로 평가한다. 만약 충돌 가능성이 있으면 구동하던 자신의 바퀴를 멈춘다. 글라이드는 문과 엘리베이터, 계단, 횡단보도 등을 식별할 수 있다. 멈출 곳과 전진해야 할 곳을 알아본다는 뜻이다.

글라이드는 각 상황에 맞도록 시각 장애인에게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라는 음성 안내를 제공한다. 이때 글라이드 본체도 적절한 방향으로 회전한다. 전방에 특이 상황이 생기면 손잡이가 부르르 떨리는 ‘햅틱 기능’도 제공된다.

이를 종합할 때 글라이드는 시각 장애인 안내견 역할을 일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내견은 시각 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양성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충분한 공급을 하기 어렵다. 글라이드가 이런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라이던스는 향후 구글 지도 등과 연계해 기술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단순한 산책을 넘어 목적지까지 시각 장애인을 정확히 데려다주는 기능을 탑재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각 장애인이 “집 앞 편의점까지 안내해 줘” 같은 지시를 글라이드에 할 수 있게 된다. 고도로 발달한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글라이던스는 “글라이드에는 전기 배터리가 실린다”며 “6시간 연속 동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라이드는 1499달러(약 21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업데이트 지원 등을 위해 월 30달러(약 4만2000원) 사용료가 별도로 소비자에게 청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