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퓨처테크포럼:AI'서 역설
"인터넷·모바일서도 한국이 증명"
하정우 AI 수석 "한국은 아시아 AI 수도"28일 경북 경주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린 '퓨처테크포럼:AI'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경주=김진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일환으로 28일 경북 경주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린 '퓨처테크포럼:AI'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SK그룹이 주관한 이 행사에서 최 회장은 'AI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한 환영사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를 많이 지어야 해,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부터 에너지까지 모두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AIDC의 증가와 에이전틱 AI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 칩·에너지 공급 부족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와 자체 발전 시설, SK텔레콤의 통신 인프라를 갖춘 SK그룹의 수장인 최 회장은 "한국은 새롭고 빠르게 적응하는 '스피드'를 발휘해 병목을 풀어낼 것"이라며 "이는 과거 한국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역사에서 이미 증명해냈던 일로, AI 역시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벤치마킹 대상이 돼 전 세계 AI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회장은 또 미국과 중국이 기술 자립과 전 세계 확산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인플레이' 대신 '협력'을 중시했다. 최 회장은 "기술 자립과 신뢰 기반의 협력이 병존하는 대한민국을 넘어 많은 APEC 국가가 이런 모델을 레퍼런스(참고)로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두 축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숙제"라고 했다.

개방성·신뢰·인프라·혁신 바탕으로... "모두 함께해야"

28일 경북 경주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린 '퓨처테크포럼:AI'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훈 오픈AI 한국총괄,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최예진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교수, 니틴 미탈 딜로이트 AI 리더. 경주=김진욱 기자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대한민국이 AI 강국 수준을 넘어 아시아의 AI 수도로 성장하도록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음 달 말쯤 △민간이 함께하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기반 개정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 등의 내용이 담긴 'AI 액션 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AI 3대 강국 도약은 정부 노력만으로 될 수 없고 기업과 국민, 이 자리에 함께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이 정말 중요하다"며 "소버린 AI(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국가 차원에서 개발한 AI)는 한국 안에서 힘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최근 SK그룹과 울산 AIDC 공동 건립에 나선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맷 가먼 CEO는 기술 발전이 본질적으로 글로벌 생태계 위에서 이뤄지지만 각국의 데이터 주권과 보안 요구 또한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수연 네이버 CEO는 "(네이버는)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직접 설계·운영하며 자립형 기술 기반을 쌓아 왔다"며 한국형 AI 구축 경험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단기적으로 집중해야 할 점으로 김경훈 오픈AI 한국총괄은 '개방성', 하 수석은 'AI 3대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유영상 SKT 대표는 'AI 인프라', 최예진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 교수는 '혁신 정신'을 각각 제시했다. 니틴 미탈 딜로이트 AI 리더는 "개방성과 신뢰, 인프라, 혁신 정신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며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