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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S 발표 연구 4편, 과학으로 식품 부산물 미래 조망
무청·코코넛·비트·사탕무…버려진 식물 새로운 가치로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농업과 건강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솔루션의 원천이 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한때 버려지던 식품 부산물이 농업과 의학, 화장품 산업의 ‘숨은 보석’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화학회(ACS) 계열 학술지에 실린 최근 네 편의 연구는 무청, 코코넛 섬유, 비트 잎, 사탕무 펄프 등 일상 속 식품 부산물이 환경 친화적 농업과 건강 증진, 기능성 소재 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청은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버려진 무청, 장 건강 돕는 ‘영양 보고’
무의 잎사귀, 흔히 ‘무청’으로 불리는 부분은 식탁에 오르기도 하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이 버려진다. 그러나 윤원찬, 박호영, 박미리, 유귀재, 김영수 한국식품연구원 연구팀의 ‘무청의 생리활성 성분과 건강 이점’에 따르면 무청은 뿌리보다 섬유질과 다당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실험실·동물 모델에서 무청 추출물은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무청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장 건강 개선을 위한 기능성 식품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결과는 무청이 장 건강 증진은 물론 기능성 식품 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자원임을 시사한다.

밀리컴포스트는 최근 지속 가능한 배양토로 주목받고 있다. ACS
지네가 만든 퇴비, 묘목 생육 돕는 친환경 배양토
‘밀리컴포스트’는 코코넛 섬유를 비롯한 식물성 잔재를 지네류인 밀리페드가 소화·분해해 만든 천연 퇴비로 최근 지속 가능한 배양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묘목 배양용 소재인 피트모스(이탄)는 채취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높고 재생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밀리컴포스트는 실험에서 피망(벨페퍼) 묘목의 생육에서 피트모스 기반 혼합물과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밀리컴포스트는 낮은 pH와 높은 질소 함량을 유지해 묘목의 초기 생장에 유리하며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대체재”라고 평가했다.

비트 잎의 항산화 성분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기술이 제시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비트 잎 항산화 성분, 안정화 기술로 산업 원료화
비트 잎의 항산화 성분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기술도 새롭게 제시됐다. 연구팀은 비트 잎 추출물을 식용 생분해성 고분자와 함께 건조시켜 미세입자 형태로 제조했다. 이렇게 만든 입자는 항산화 활성이 높고 산화나 변질에도 강해 식품, 화장품, 의약품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은 자연 유래 항산화제를 오래 유지하면서도 환경 친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탕무 펄프에서 추출한 혼합물이 식물의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레오(Tereos)
사탕무 찌꺼기, 농약 대신 ‘식물 면역제’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사탕무 펄프는 전체 수확물의 약 8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버려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펄프에서 추출한 올리고당 혼합물이 식물의 면역 반응을 촉진해 밀에 발생하는 흰가루병 감염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사탕무 부산물에서 얻은 두 가지 탄수화물 복합체가 병원균의 침입을 차단하고 식물의 생리 반응을 개선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은 합성 농약의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연구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환경적 의미를 넘어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전환하는 과학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기능성 소재 개발 측면에서 폐식품 부산물 활용이 점차 현실적인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