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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AI석학’ 르쿤의 진단
메타 수석인공지능(AI) 과학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용산에서 연 ‘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5’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르쿤 교수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명예교수,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등과 함께 세계 4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2018년 ‘컴퓨터과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았으며, 한미 AI 공동연구 거점인 ‘글로벌 AI 프론티어랩’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르쿤 교수가 언급한 월드 모델은 인간처럼 시각·청각·촉각 등을 통해 현실 세상을 경험하고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수많은 시도와 결과를 통해 스스로 행동을 계획하고 판단하는 AI 모델이다. 실제 환경의 움직임을 학습해 다음 행동을 예측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르쿤 교수가 현 시점 대세로 자리잡은 LLM 대신 월드 모델을 차세대 AI로 강조한 이유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 때문이다. 모라벡의 역설은 AI가 복잡한 계산은 인간보다 훨씬 잘하지만,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물체를 조작하는 단순한 일에는 서툰 현상을 의미한다. 르쿤 교수는 “기존 LLM은 단지 다음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데 그쳐 ‘진짜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앞으로 5년 내 LLM은 구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나 동물처럼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 월드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LLM이 말은 잘하지만,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메타, 오픈AI 등 AI 기업들은 LLM을 넘어설 월드 모델을 현재 개발 중이다. 메타가 지난 6월 공개한 ‘브이-제파 2(V-JEPA 2)’가 대표적이다. 이미지와 비디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비생성형 모델인 제파는 사진의 모든 점 하나하나를 맞추려 하기보다, 그 장면의 의미와 구조를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학습한다. 한 마디로 ‘큰그림’을 이해하는 AI다. 르쿤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이 아직은 매우 초기 단계지만, 궁극적으로 자율적 AI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쿤 교수는 월드 모델 개발을 통해 앞으로는 고도로 특화된 지능을 지닌 ‘AMI’(Advanced Machine Intelligence·고급 기계지능)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AMI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 수준의 사고, 계획, 인과 추론이 가능한 AI다. 일반적인 수준의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AGI보다 더 앞서 있다. 르쿤 교수는 “우리 대부분이 일상생활 속에서 도움을 주는 AI 비서가 내장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다니게 될 것”이라며 “(기계와의) 상호작용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그는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한편 르쿤 교수에 이어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가 ‘생성 AI의 민주화’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최 교수는 스탠퍼드대의 HAI(Human-centered AI,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타임지가 선정한 ‘AI 분야에서 큰 영향을 끼친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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