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개발한 개인용 초소형 인공지능(AI) 수퍼컴퓨터 ‘DGX 스파크’에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가 탑재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SSD는 데이터를 장기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만드는 대용량 데이터 저장 장치다. 최근 AI 수요가 늘면서 기업용 SSD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을 여러 장 쌓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는 실기하면서 주춤했지만, 최근 그래픽 D램(GDDR)뿐 아니라 SSD까지 엔비디아에 탑재하면서 엔비디아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DGX 스파크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SSD 제품인 ‘PM9E1′이 탑재됐다. DGX 스파크는 가로·세로·높이 15㎝·15㎝·5㎝의 손바닥만 한 수퍼컴퓨터다. 엔비디아의 GB10 그레이스 블랙웰 수퍼칩이 탑재돼, 생성형 AI 추론에 최적화됐다. 초당 1000조번의 AI 연산을 할 수 있다. 기업용 대형 서버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AI 개발자나 연구자가 주 타깃층이다. DGX 스파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CES 2025 무대에서 ‘프로젝트 디지츠’로 직접 소개해 화제가 됐다. 지난 15일 출시된 후에는 젠슨 황 CEO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게 직접 가져다줄 정도로 애정을 보이는 제품이기도 하다.
여기에 탑재된 PM9E1은 삼성전자가 AI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14GB 크기의 대형 언어 모델(LLM)을 SSD에서 D램으로 1초 만에 로딩할 수 있어 AI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전력 효율도 높여 온디바이스 AI PC에 최적인 제품”이라고 했다. DGX 스파크에는 PM9E1의 1테라바이트(TB)나 4TB 모델이 탑재됐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읽기/쓰기 속도는 업계 상위권”이라며 “특히 AI 모델 처리에 특화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경쟁에서는 뒤처졌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새로운 AI 기술에 삼성전자의 범용 D램인 LPDDR(저전력 D램), GDDR 등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SSD 공급까지 확장되면서, 주춤했던 엔비디아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HBM3E 품질 테스트를 사실상 통과하고 납품 물량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음 세대인 HBM4 공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SSD가 D램과 함께 호실적을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에서 DGX 스파크와 같은 미니 AI PC에 힘을 주고 있고, 차세대 모델 역시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며 “첫 제품에 들어가면 차세대 모델에도 들어갈 확률이 커지는데, 그런 측면에서 SSD 분야에서도 협업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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