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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프론티어 심포지엄 기조강연
인간 수준 AI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세계 이해하는시스템 필요
몇몇 소수기업 통제에서 벗어나
오픈소스로 외부검증·보완하면
딥페이크 등 부작용 없앨 수도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 2025’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IITP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 2025’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IITP
[서울경제]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얀 르쿤 뉴욕대 쿠란트수학연구소 교수 겸 메타 수석AI과학자가 대규모언어모델(LLM) 대신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모델(세계모형)’이 새로운 대세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급증하는 데이터 학습 부담의 한계를 극복하고 피지컬(물리적) AI처럼 로봇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을 효율적으로 조작해 일상과 산업 현장을 혁신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르쿤 교수는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개최한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 2025’ 기조강연을 통해 “LLM은 5년 내 구식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간 수준의 AI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더 이상 LLM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AI 시스템인 월드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챗GPT 같은 AI 에이전트(비서)는 텍스트 학습 중심의 LLM을 기반으로 구현된다. 학습량을 늘려 인간 사고를 완전히 모방할 수 있는 범용 AI(AGI) 개발까지 시도 중이며 우리 정부도 관련 사업에 1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르쿤 교수의 견해다. 그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AI 분야 4대 석학으로 꼽힌다. 2018년 ‘컴퓨터과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았다.

안 르쿤(왼쪽) 뉴욕대 교수와 배경훈 과학기술부총리가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 2025’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르쿤 교수는 “일반적으로 LLM은 30조 토큰, 용량으로 환산하면 100조 바이트의 텍스트 데이터를 가졌다”며 “누구라도 이를 모두 읽으려면 50만 년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100조 바이트는 텍스트로는 이처럼 반대한 양이지만 인간은 시각·청각·촉각 등 여러 감각을 동원해 생후 4년, 즉 현실 세계를 단순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는 네 살짜리 아이 정도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양이다. 첨단 모델이 복잡한 계산은 인간보다 훨씬 잘하지만 주변 환경 인식과 물체 조작 등 어린 아이도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은 여전히 어려워하는 ‘모라벡 역설’이다.

르쿤 교수는 LLM을 넘어 이미지·소리·영상 등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학습한 멀티모달(다중모델)과 로봇·기계 구동을 위한 피지컬 AI를 포함한 월드모델이 모라벡 역설을 해결할 실마리라고 봤다. 그는 “AI 시스템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집고양이보다도 똑똑하지 못하다”며 “AI 시스템은 이제 텍스트 학습만으로는 안 되고 비디오 같은 감각 입력을 통해 물리적 세계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GI에 대해서는 “실제 인간과 기계 지능은 일반적이지 않고 전문적”이라며 “일반지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얀 르쿤(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뉴욕대 교수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 조경현 뉴욕대 교수 등이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 2025’ 행사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르쿤 교수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개방형) 모델 역시 AI 업계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며 현재 관련 기술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 조경현 뉴욕대 교수와 함께 진행된 ‘AI 석학 좌담회’에서 AI가 딥페이크 같은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배 과학기술부총리의 질문에 “AI가 소수 기업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오픈소스 형태로 개방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AI는 일종의 공통자원 인프라”라고 답했다. 오픈소스는 명령어 집합인 소스 코드가 외부에 공개돼 제3자로부터 검증·보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AI 구현에 유리하다는 취지다.

르쿤 교수는 “현재 최고의 오픈소스는 모두 중국산”이라며 “반면 미국 기업들은 (AI 모델을) 비밀로 두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오픈AI ‘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은 대부분 폐쇄형 모델이다. 최 교수도 “AI 인재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미국에 있는 중국 학생들이 중국 회사로 가는 이유는 (오픈소스를 접하며) 중국 회사가 멋져 보인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르쿤 교수는 LG AI연구원장 출신의 배 부총리를 두고는 “한국 정부가 AI 과학자를 부총리로 선택한 점이 매우 감명 깊다”며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로 한국 정부가 AI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