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통신업계 대형 해킹 사고는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에스케이텔레콤(SKT) 가입자 2300만명의 개인정보 2696만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났고, 하반기에는 케이티에서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악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터지며 사용자 368명에게서 2억4천만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과방위는 21일 이동통신 3사 대표를 모두 불러놓고 본격적으로 관련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특히 관심은 최근 해킹 피해가 발생한 케이티에 쏠려있다. 케이티는 지난 17일 무단 소액결제 사건 관련 3차 브리핑을 열어 지난해 8월1일부터 올해 9월10일까지의 전체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기록 약 4조300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11일 있었던 1차 브리핑과 견줘보면 18개의 불법 초소형 기지국이 추가로 발견(최초 발표는 2개)됐으며,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접속 피해 고객도 5561명에서 2만2227명으로 늘었다. 금전 피해를 본 고객도 278명에서 368명으로 늘었다. 케이티에서는 김영섭 대표 외에도 황태선 정보보안실장, 서창석 네트워크 부문장 등 주요 임직원이 국감에 출석해 관련 이슈에 답변할 예정이다.
앞서 케이티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대규모 해킹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사고 은폐 및 축소 논란을 부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지난 7월 미국 보안 전문지 프랙(Phrack)에서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LGU+)의 데이터가 공개되며 해킹 의혹이 제기됐는데, 케이티가 해킹 정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의 서버를 서둘러 폐기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케이티가 정부 조사를 고의로 방해했다고 보고 지난 2일 수사를 의뢰했다.
케이티는 최근 들어 에이아이시티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으로 챗지피티(GPT)에 케이티 자체 데이터를 학습시킨 한국 특화 인공지능 모델 소타 케이(SOTA K)등을 발표하고, 미국 인공지능 기반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와의 협업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해킹 이슈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김준섭 케이비(KB)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투비(B2B) 인공지능 전환(AX)사업의 높은 성장성과 인공지능을 적용함에 따른 본업 사업 효율화의 투자 포인트가 (해킹사고로) 희석되는 동향”이라며 “규제기관의 과징금과 보상안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여기에 정권교체기마다 불거지는 ‘대표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케이티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을 위해 중장기적인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케이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 이슈가 발생하면서 관련 중장기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영섭 대표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8월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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