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가 300개가 넘는 코인을 새로 상장했다. 일부 코인은 개발 정도나 커뮤니티 활성도 등이 부진해 시장의 평가 점수가 낮아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거래소별 ‘단독 상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코인은 상장 후 2주 만에 가격이 90% 급락하며 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객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디지털자산 평가 플랫폼 애피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5개 거래소가 새롭게 거래를 지원한 코인은 125개로 집계됐다. 코인원이 54개로 가장 많았고, 빗썸(37개), 업비트(26개) 순이었다.
국내 원화 거래소는 3개분기 연속 100개 이상의 신규 코인을 상장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상장한 신규 코인(266개) 개수를 이미 넘어섰다.
신규 상장 코인이 빠르게 늘면서 상장된 코인의 평가점수는 더 낮아졌다. 지난해 69.6점(애피랩 평가 점수 기준)이었던 5개 거래소의 신규 상장코인 평균 점수는 올해 66.7점으로 낮아졌다.
애피랩은 시장 접근성과 개발 활성도, 시장 유동성, 커뮤니티 활동성, 리스크 및 보안 등 5개 기준을 적용해 코인별 점수를 산정한다. 평가 점수가 저조했던 코인의 약 85%가 거래소의 유의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거래소가 경쟁적으로 신규 코인 확보에 나서며 상장 코인의 평가 점수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거래소 중 최초 거래지원 코인 비중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업비트가 상장한 26개 코인 중 15개(58%)가 최초 거래지원 종목이었다. 상장 초기 이들 코인의 거래량은 일반 거래지원 코인 대비 최대10배 이상 높았다. 업비트는 1분기 5개에서 2분기 6개, 3분기 15개로 꾸준히 최초 거래지원 종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다른 거래소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빗썸은 33개 중 19개, 코인원은 42개 중 18개가 최초 지원이었다. 고팍스는 신규 지원 코인 5개 모두 최초 지원이었다.
국내 최초 거래지원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코인의 발굴이라는 순기능과 함께, 다른 거래소에서는 상장이 어려운 코인을 홀로 지원한다는 리스크를 갖는다. 다만 거래소 입장에서는 최초 거래지원 코인의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를 선호한다.
평가업체 기준 거래 지원이 적절하지 않은 코인도 무더기로 상장됐다. 애피랩은 55점 미만 코인을 ‘개선 필요’로, 30점 미만은 ‘개선 시급’으로 분류한다.
3분기 신규 상장 코인 중 빗썸의 스테이더(57.11)점, 코인원 로디드라이언즈(57.36점) 등은 ‘턱걸이’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젬허브, 로아코어, 팬시(이상 코인원)와 파우터, 틱트릭스(이상 고팍스)는 상장 당시 55점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았다. 특히 고팍스가 상장한 틱트릭스는 33.28로 전체 코인 중 최하점을 기록했다.
이들 코인의 점수는 상장 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통상 국내 거래소가 거래를 지원하면 유동성과 접근성이 향상되며 점수가 높아지지만, 이들 코인 대부분이 오히려 점수가 낮아졌다.
애피랩 이재근 대표는 “애피랩 점수가 낮은 코인에는 개발을 완전히 중단한 프로젝트도 있고, 커뮤니티 활성도가 낮아 관심도가 떨어지는 코인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무분별한 신규 상장이 이어지면서 상장 폐지 코인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대 원화 거래소가 거래지원을 종료한 코인은 64개였지만 올해는 벌써 182개 코인의 거래가 종료됐다.
거래를 지원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유의종목으로 지정되거나 거래지원이 종료되는 코인도 나왔다. 고팍스가 지난 4월 거래 지원을 시작한 센터코인은 6개월도 되지 않아 유의종목으로 지정됐고, 고팍스와 코인원이 올해 상장한 유엑스링크는 거래종료가 예정됐다. 빗썸의 스트라이크, 고팍스 슈퍼트러스트와 비트에덴리치, 코인원 펀디에이아이는 이미 거래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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