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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부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벤처확인기업’ 중 지난해 문 닫은 기업 수가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규 벤처기업 수는 줄고 있어,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혁신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슨 일이야
26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벤처확인기업 말소, 취소 월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휴업이나 폐업, 파산 등 사유로 벤처확인 취소 처분을 받은 ‘벤처확인기업’은 총 299곳으로 나타났다. 하루 0.8개 꼴로 2022년 48건, 2023년 242건으로 증가추세다. 올해도 8월까지 198곳이 휴업·폐업·파산으로 취소 처분을 받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2021년 민간 주도 확인 제도로 관련 법이 개편된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이게 왜 중요해
벤처확인기업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 기술 혁신성과 사업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선정되면 소득·법인세 감면 혜택 등을 받는다. 이런 기업들조차 폐업·파산 위기에 내몰린 건 금융 부담과 장기불황의 그늘이 혁신 창업 생태계 전체를 집어삼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액 투자를 받은 기업도 위기에 내몰린다. 자체 개발한 친환경 발수 가공 소재 등을 생산하는 섬유테크 스타트업 티에프제이(TFJ)는 2022년 11월 벤처확인기업으로 선정됐다.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총 2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 파산했다. 지난 달 기준 총 3만8216개인 벤처확인기업 가운데, 티에프제이처럼 이미 파산한 회사 외에도 왓챠·정육각 등 파산 위기에 직면한 유명 스타트업들이 많아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금리가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벤처캐피탈(VC)의 자본조달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그것이 지난해부터 ‘스타트업·벤처 대폐업 시대’로 이어졌다”며 “2020년 이후 저금리 상황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던 회사들이 최근 들어 계속된 소위 ‘스트레스 테스트(금융 등 시스템이 극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테스트)’를 못 이겨 우후죽순 무너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문 닫는 벤처·스타트업이 늘어난 만큼이나 심각한 건 생태계에 진입하려는 도전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부가 장철민 의원실에 함께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 등록 벤처확인기업 수는 2021년 5910곳에서 지난해 4986곳까지 줄었다. 김학균 벤처캐피탈협회장은 “금리 상황이 안 좋은데 회수(상장 등)까지 부진하다보니 VC의 과감한 투자가 어려워지고, 결국 전체 창업 생태계 순환이 막혀 초기 단계 혁신기업이 가장 큰 악영향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역할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월 20일 대전 유성구 스타트업파크 재도전혁신캠퍼스에서 열린 재창업·재도전 활성화를 위안 정책현장 투어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선 이자 부담·불경기 장기화로 인한 구조적 한계에 내몰린 혁신 기업 창업가들을 보호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창업가들 실패 경험을 우리 사회가 자산화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첫 시도가 끝났다고 해서 창업가의 삶과 경험까지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가 폐업 및 재창업 지원 제도를 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수 시장을 열어줘 생태계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학균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코스닥을 한국거래소에서 분리·독립시켜서 나스닥처럼 자기 색깔을 명확하게 갖는 기술주 시장으로 바꿔, 회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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