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화폐가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올해 금값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비트코인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거래소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금은 연초 1g당 12만8790원에서 지난 17일 22만2000원으로 7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1BTC당 9만3462달러에서 10만6830달러로 14.5% 오르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식과 비트코인, 금 등 대표적 자산군의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풍부한 유동성과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이나 가상자산보다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가격 상승폭이 더 큰 이유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과 미중 무역갈등,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적 혼란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폭이 낮고, 화폐가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금 가격이 더 빠르게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금값이 약 60% 오른 반면 국내에서는 이보다 10%포인트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다. 작은 시장 규모와 일시에 몰린 투자수요가 가격을 더 끌어올렸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비트코인은 높은 변동성에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올해 국내 금시장의 일간 가격 변동폭은 최대 6.6%였고, 최대 낙폭은 마이너스(-) 4.4% 수준이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하루 최고 9.5%까지 뛰었고, 하락은 –8.55%를 나타냈다. 금이나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높은 셈이다.
은 역시 금과 함께 꾸준한 우상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더리움과 엑스알피 등 알트코인은 비트코인보다도 더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가격 책정 문제를 드러내며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매도세로 드러난 인프라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인 카이코는 “이번 급격한 매도세가 주문장을 마비시키고 암호화폐 인프라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드러냈다”며 “글로벌 거래소 간 가격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폭락 당시에도 일부 거래소에는 프리미엄이, 다른 거래소에서는 할인 거래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물 시장에서 발생한 이 같은 현상은 파생상품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USDe와 같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더 급격하게 변하면서,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에도 미국 정부의 정책 변동성이 더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이미 높아진 금값을 더 밀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금값 전망을 기존 온스당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높이기도 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은 리스크로 남는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초 대비 3배 가까이 뛴 뒤 횡보세를 보이는 것처럼, 금 역시 단기 조정세를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금의 연간 가격 변동폭이 평균 10~15%에 달한다”며 “단기적 고점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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