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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 본격화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공모도 흥행
범용·특화AI 개발 병행해 다층적 역량 강화
한성숙(왼쪽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업 전반의 AX 정책 협력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인공지능(AI) 주권을 지키고 국가 AI 생태계를 가꾸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대표 AI를 마련하기 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이어 특정분야 적용·확장에 초점을 맞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두 과제는 소버린AI와 AI전환(AX)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상호보완적이면서도 목표와 접근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렇듯 범용모델과 특화모델을 병행 개발함으로써 AI 개발과 활용을 아울러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AI 3대강국(G3)’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본선 접어든 AI 국가대표 레이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은 국내 AI 역량을 글로벌 흐름에 걸맞게 끌어올리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다. 과기정통부는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를 거쳐 이 사업의 핵심 주체가 될 5개 정예팀으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가나다순)이 각각 주관하는 컨소시엄 5곳을 지난 8월 선정했다.

‘K-AI’ 기업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모두의 AI’로 자리잡을 국가대표 AI 개발 경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핵심 목표는 글로벌 수준의 범용모델을 국내 자체 역량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최신 글로벌 AI모델 대비 최소 95% 이상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개발한 모델의 일부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국내 AI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은 2027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6개월마다 성과 평가와 사업 정비를 거쳐 최종 2개팀을 선정할 예정이다.

글로벌 범용모델처럼 영어 위주가 아니라 한국어 및 한국의 문화적 맥락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올 연말엔 1차 단계평가(5→4개팀 압축)를 위해 대국민 콘테스트를 열고 개발 진척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버티컬AI 위한 새로운 레이스 열려

정부는 범용모델 개발뿐 아니라 산업별·분야별 특화모델 개발에도 나선다. 이를 위한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은 의료·법률·제조·금융 등 특정 분야에 맞춘 고성능 AI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공모를 거쳐 최종적으로 2개 과제를 선정해 엔비디아 GPU B200을 과제별 256장씩 총 512장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달 시작돼 이달 중순 마감된 사업 공모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 선정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AI기업들 다수가 다시 이름을 올렸다.

자연어처리 역량을 장기간 축적해온 중소AI기업인 코난테크놀로지·솔트룩스와 의료AI기업들인 루닛·사이오닉AI, 정션메드가 재도전에 나섰고, 법률AI 스타트업 BHSN과 서울대 산학협력단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내달 선정을 완료하고 약 10개월 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특화 모델 사업의 독특한 점은, 단순히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을 목표로 제안할 여지를 열어뒀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한국형 버티컬 AI’ 경쟁을 본격화하며 특화 AI 분야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범용모델과 특화모델로 그리는 전략은?

정부는 궁극적으로 AI주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한다. 현재 대부분의 생성형AI가 미국과 빅테크 중심으로 발전이 이뤄지고 있어 장차 국내 기업·기관들의 외산기술 종속도 우려되고 있다.

독자 모델 개발은 이런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 차원에서 핵심 AI역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범용모델 사업으로 기초 인프라와 기술체계를 마련하고, 특화모델 사업으로 수요 기반의 응용역량을 강화해 ‘기술 자립’을 꾀한다.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AI 서비스 생태계를 폭넓게 확산시키는 것도 주요 목표다. 파운데이션모델이 다양한 응용서비스의 토대가 되면서 스타트업·중소기업들의 창업과 혁신을 돕는 그림이다. 특히 특화 모델 사업은 산업별 수요에 밀접히 연결돼있어 의료·제조·금융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AI 도입을 진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범용모델은 글로벌 선도모델과의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중점을 둔다면, 특화모델은 한국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AI 주권 확보 넘어 강국 등극 향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단순히 두 개의 개별 사업이 아니다. 범용과 특화라는 상이한 축을 통해 우리나라의 AI 역량을 다층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설계다. AI 기반 확보와 기술 자립, 산업 연계와 실제 응용을 병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로써 기술 주권 확보, 생태계 확장, 산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AI 주도 국가 도약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로 GPU 풀, 데이터 풀, 인재 풀을 조성하고 이를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인프라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특히 GPU 임차 또는 구매·공유, 고성능 컴퓨팅 자원 지원, 양질의 데이터셋 제공, 국내외 우수 연구 인력 유치 등이 핵심 지원 축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취임 50일을 기념해 지난달 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AI G3 목표에 대해 “미국·중국 양강이 세계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로 그 다음 순위에 위치하는 것은 큰 의미 없다. 이들과 매우 근접한 수준의 기술·서비스 역량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 장관은 “K-AI를 소버린 AI만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세계적으로 선택받는 ‘모두의 AI’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